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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재택 근무

0. 시작하며

새로이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국에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공부도 마쳤고, 새 직장도 가졌으니 이제는 잉여력을 발휘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현재 잉여력은 0에 수렴하지만 그렇다고 ‘언젠가 하겠지’란 생각으로는 계속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첫 블로그 글로 선택한 주제는 재택 근무. 트위터에서 재택 근무에 대한 장단점에 관해 짧게 언급을 하였는데, 그래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에 관해 글을 써보기로 하였다.

1.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현재 Thing Daemon, Inc(이하 ThingD)라는 맨하탄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회사에서 Fancy(http://thefancy.com)란 서비스 개발하고 있다. 정확히는 Fancy iOS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담당하면서 DevOps 쪽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ThingD의 재미있는 점은 모든 개발자가 다 원격으로 일한다는 점이다. CTO도 집에서 일을 한다. 맨하탄에 큼지막한 오피스가 하나 있긴 하지만, 개발자들을  위한 오피스는 아니다. 뉴욕에서 공부를 마치고 지냈었기에 미 동부에서 일하고 계시는 개발자분들, CTO와 미팅을 한 번 한 적은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회사에 관한 내용은 나중에 더 자세히 적어보려고 한다.

2. 재택 근무를 한지 얼마나 되었나?

ThingD에 입사한지는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렇게 짧게 일해보고도 이런 글을 쓸만한가?’ 에 대해서는 ‘충분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 한국에서 병특생활로 4년 가까이 회사 출퇴근을 경험해 보았기에 출퇴근하는 회사와 충분히 비교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재택 근무의 장점

재택 근무의 장점은 오피스로 출퇴근하는 경우의 단점이 내 경우엔 바로 장점이 되었다. 많은 분들이 아래와 같은 이유로 재택 근무를 원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몇 가지를 뽑아 보았다.

  • 출퇴근 시간으로 소비하는 시간이 없다.
  • 직장 상사나 동료의 눈치 볼 일이 없다.
  • 식사 메뉴 선택의 스트레스가 없다.
  • 원하는 장소에서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 프로그래밍에 집중할 때 흐름이 끊길 일이 거의 없다.

마지막의 경우, 만약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 혹은 결혼한 경우에는 상황마다 다르다. 회사 오피스로 출근하는 것 보다 인터럽트가 많이 발생할 수도, 적게 발생할 수도 있다. 겪어보지 않으면 측정하기 힘든 수치이지만 네번째 장점인 ‘원하는 장소에서 일을 할 수 있다’가 있기 때문에 정말 집중해서 일해야 하는 경우엔 도서관에 갈 수도, 혹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조용한 카페에 가서 일을 할 수 있다.

4. 재택 근무의 단점

이제 단점을 알아보자.

  • 일하는 영역과 개인의 영역이 무너진다.
  •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상황을 알지 못한다.
  •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여유(?)

단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간단하게 적었지만, 앞의 두 가지가 굉장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일하는 영역과 개인 영역이 무너진 다는 것은 내 시간의 사용 뿐 아니라 개발 장비, 내가 있는 공간, 나의 개인적인 시간 등 모든 것이 해당이 된다. 재택 근무를 하게되면 내 개인 랩탑이나 PC가 곧 회사 일을 하는 개발 머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내가 랩탑을 들고 있거나 PC 앞에 앉아 있는 한 언제든 회사 일을 할 수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내 개인 시간과 일을 하는 시간의 경계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회사 출퇴근하듯이 딱 몇시부터 몇시까지만 일하면 되는거 아니야?’라고 말하실 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 일이라는게 항상 일은 많이 넘치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개발자는 앞 날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하는 직업인데, 이는 어떻게 보면 개발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 단점인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상황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성공적인(?) 재택 근무를 위해 꼭 알아야하는 점이라 생각한다. 내가 몸이 많이 아프다고 가정해 보자. 회사 오피스에 출근을 하는 경우라면  상사나 동료가 내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 알고 내 상황을 고려하여 일을 진행할 수 있겠지만 재택 근무 시에는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상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고용주 입장에서는 일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은 것이기 때문에 내 건강이나 내 상황을 고려치 않고 내가 괜찮다고 말을 한다면 해야할 일을 더 많이 던져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 생각을 표현하고 내 상황이 어떤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1번 이유와 맞물려서 정말 안좋은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마지막, 이건 입사한지 2주도 안되어 아쉽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뉴욕이 금방 더워져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회사 일을 마치고 마음 맞는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맥주 한 잔 할 그런 소소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건 개개인마다 단점이 될 수도,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쉬운 부분 중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5. 회사 출퇴근은 앞으로 고려하지 않을 생각?

그렇지는 않다. 일단 지금 생각으로는 집에서부터 회사 의자에 앉는 시간까지 출퇴근 시간을 모두 합쳐서 1시간을 넘지 않는 다는 가정 하에 오피스 근무를 선택하고 싶다. 출퇴근으로 소비되는 시간만 없다면 사실 일만 하는 공간이 따로 있는게 더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내 개인 시간과 일을 하는 시간의 구분이 명확해지고, 좋은 회사라면 좋은 개발 머신의 지급등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6. 마치며

재택 근무의 장단점에 대해서 주관적인 것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찾으려고 노력해 보았다. 재택 근무를 하기 전에는 나도 어느 정도 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겪어보고 나니 재택 근무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피스 근무도 분명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재택 근무가 무조건 최고가 아니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재택 근무가 궁금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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